지난번 컨텐츠에서는 게브르셀라시에의 세계기록의 비밀이 뇌의 프로그램에 있다는 글을 소개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체력이라는 바탕이 되어있어야 가능하다. 이번에는 그 바탕(기초)에 대해 생각해보자.
마라톤 달림이의 체력은 스태미너와 스피드로 귀착된다. 근육 엔진은 지방과 탄수화물 2종류의 연료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이다. 그 배분을 어떻게 잘 조정하는가가 스태미너와 스피드를 정하고 마라톤의 경기력을 결정한다. 즉 스태미너와 스피드는 '에너지 문제'에 다름아니다.
지방과 탄수화물 2개의 연료의 배분은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멀리 달릴 경우 지방을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스피드(운동부하)를 올리면 지방은 줄어들고 탄수화물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에너지 배분비는 그 사람의 능력과 운동강도에 따라 절묘하게 조정된다.
스태미너를 붙인다는 것은 결국 지방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주행스피드에 대한 탄수화물이용의 분배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A선(점선)은 어느 달림이의 특성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자. 이 달림이가 마라톤을 2시간 40분으로 달리는 페이스는 탄수화물을 75%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남은 약 25%는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게 된다.
지구력 훈련을 쌓아가면 탄수화물을 절약하고 지방을 이용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그 결과 A선(점선)에서 B선(실선)으로 옮겨간다. 2시간 40분 페이스에서 탄수화물을 60%로 억제하고 지방이용을 40%로 높여가게 된다(a1→a2). 그 만큼 편안하게 달릴 수 있게 된다. 동시에 같은 비율로 탄수화물을 사용하여 달리면 그 만큼 스피드 향상이 가능하게 된다(a1→a3). 어디까지나 가공의 수치이지만 지방대사가 높아지는 것은 스태미너(기록)향상에 공헌하게 된다.
그러면 스태미너는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그 열쇠는 필시 장거리 달리기에 있다. 마라톤훈련의 긴 역사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스피드도 똑 같은가? 거리를 확실히 소화해줌으로써 스태미너와 스피드는 셋트로 함께 양성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서 많은 논의가 있고 의견도 엇갈린다. 필자는 '스태미너와 스피드의 양성은 별개의 이야기'라고 단언하고 싶다.
이번 테마인 에너지배분로 말하면 스태미너는 지방이용의 항진이고 한편 스피드는 주로 탄수화물 이용으로 가능하다. 다시 그림으로 설명하면 스태미너로 배양된 B선을 기반으로 보다 높은 스피드를 어느정도 지속할 수 있는가가 다음의 과제이다. 즉, 화살표 b의 방향성이다(b1→b2). 이것이 마라톤의 스피드화에 다름아니다.
현재 동아프리카가 선수의 비밀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들이 높은 스피드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많은 연구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유럽의 일류 선수들과 비교해도 엔진의 성능(최대산소섭취량)은 다른 게없다. 하지만 유럽의 선수가 최대출력의 80%로 1시간밖에 달리지 못하는 데 비해 아프리카 선수들은 90%를 사용하여 1시간 동안 주파할 수 있다. 당연히 그 만큼 기록도 좋아진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높은 탄수화물의 이용능력이다.
게브르셀라시에의 마라톤 레이스 특징은 뭐라해도 대회 후반에 더 빨리 달리는 네가티브 스플릿(negative split)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래밍을 가능케 하는 것이 100%에 가까운 탄수화물을 이용가능한 체력에 기반한 것이다. 그것은 35km를 지나도 탄수화물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근육엔진에 '자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물론 이 '자신'은 우리들이 의식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훈련을 통한 근육엔진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의 스피드화, 그것을 양성해주는 훈련법에는 아직 수수께끼가 숨어있다.
글 : 이토 시오부(일본 스포츠과학 연구실장, 츠쿠바대학교 재학중 중거리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제 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