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km도 지나면 나머지 12km 남짓. 머리속에 골인하는 상상도 슬슬 떠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동시에 이 정도의 거리라면 마라톤 특유의 고통을 동반하는 것도 사실이다. 달림이에게 있어 완주라는 대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출산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것은 다리의 통증 등으로 대표되는 '통증' 만의 고통이 아니다. 통증과 고통이 혼재한 힘든 상황,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같은 '이상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런 고통에는 반드시 파도가 있다. 한 번 피크가 엄습해도 또 그것이 일단 가라앉고 그리고 다시 피크가 오는 상황으로 힘들어지는 것과 약간 편해지는 타이밍에는 변덕스러움이 있다. 고통이 일방적으로 에스컬레이터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 느끼고 있는 고통이 편이지는 시기가 온다는 것을 믿고 제대로 피니시지점까지 감내하면서 갈 수 밖에 없다.
사실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거나 머리나 다리에 약간의 물을 끼얹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일순 완화되기도 한다. 신기한 것은 골인과 동시에 이러한 고통이 일순간 사라지는 것이다. 다리의 통증등은 당연 피로로 남지만 달리고 있는 사이에 느끼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골과 동시에 사라지는 것은 장시간 달린다는 스트레스나 거리 그 자체만으로 뇌가 고통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라톤이 아무리 고통을 동반하는 스포츠라고 해도 인간이 "죽음"을 의식할 정도의 한계점까지 이를 정도는 아니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평소에는 좀처럼 느끼지 못하는 시점까지 육체를 몰아부침으로써 우리 몸이 일종의 방어본능이 기능하게 된다. "이 이상 몰아부쳐서는 안된다!!"
이러한 몸이 내보내는 자기방어의 신호가 힘든 감각이라는 느낌, 즉 고통이라는 형식으로 뇌에 지령을 보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 골인지점이 가까워 오면 자연히 페이스가 올라가고 마지막 스퍼트까지 가능한 시간도 온다. 즉, 30km를 지나는 정도에서는 아직 한계가 찾아오지 않았음에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힘들어지는 것은 이러한 콘트롤이 몸속에 일어나고 있기때문이다.
β-엔돌핀이나 아드레날린 등이 분비되어 러너스하이가 찾아오는 것도 내분비 호르몬의 영향이다. 마라톤을 달리는 사이 몸속은 호르몬에 의해 플러스방향으로도 마이너스 방향으로도 바뀌면서 그것이 고통이나 기분이 좋아지는 파도가 되어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스포츠는 자신의 마음과 몸의 양방향을 컨트롤하면서 실시하지만 마라톤과 같이 육체의 극한에 가까운 스포츠의 경우 종반이 되면 몸이 제대로 컨트롤되지 않게 된다. 가능한한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제어가 되지않으면 그 통증의 파도를 타도록 유념하도록 하자.
대회전반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거나 컨디션을 타고 지나치게 스피드를 올려서도 안되고, 중반에 기분이 좋아졌다고 해서 페이스를 올려도 금물이다. 그리고 레이스 종반 몸이 제대로 컨트롤되지 않는다고 포기해서도 안된다.
마라톤에는 여러가지 시련이 있다. 평소 자기자신의 몸과 대화하면서 참고 또 참으면서 달리면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믿고 레이스의 흐름을 잘 타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야 말로 마라톤을 궁극적으로 즐기는 요령이기도 하다.
마라토너들은 겸허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과신은 절대 금물이다. 어떤 운동선수라도 그것 만큼은 확실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마라토너라도 제대로 연습하지 않으면 가끔은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 만전의 훈련을 쌓았다고 해도 약간만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도 레이스 종반 크게 페이스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남성이나 여성, 사장이나 주부 등 연령, 성별, 지위, 명예, 달리경력이나 실력에 관계없이 어떤 사람이라도 겸허하게 접근해야하는 스포츠가 마라톤이다. 자신이라는 인간과 마주하여 몸의 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여 컨디션이나 페이스를 확인하면서 한발 한발 골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마라톤의 어려움이고 진정한 묘미이다.
제 목
β-엔돌핀이나 아드레날린 등이 분비되어 러너스하이가 찾아오는 것도 내분비 호르몬의 영향이다. 마라톤을 달리는 사이 몸속은 호르몬에 의해 플러스방향으로도 마이너스 방향으로도 바뀌면서 그것이 고통이나 기분이 좋아지는 파도가 되어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