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케냐의 사무엘 완지루 선수가 2:05:10의 09 런던마라톤 코스기록을 수립하면서 우승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3명이 이번에도 1-3위를 나눠차지했다. 물론 동메달리스트인 케베데 선수가 2:05:20으로 2위, 은메달리스트였던 조아우드 가리브선수가 2:05:27로 3위를 차지했다. 완지루의 기록은 역대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완지루의 독무대였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마지막 12km 구간과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다. 또 언급해야 할 것이 페이스 전략이다. 그는 대회전 세계기록 수립을 공언했지만 초반의 엄청난 페이스는 후반에 댓가를 치루는 결과로 이어졌다.
40km에서 시계를 보고 기록을 포기했다고 한다. 완지루는 "우승만 하자"면서 기록에 대해 체념했다고 레이스후에 밝혔다. 아쉬운 것은 역시 초반의 '폭주'였다. 페이스메이커가 2시간 4분 페이스로 레이스를 이끌 예정이었다. 하지만 처음 5km를 14:08, 다음 5km는 14:22초로 그대로 가다간 2시간을 끊을 페이스였다.
페이스 전개
초반 페이스는 너무 빨라 황당할 정도였다. 페이스메이커의 오버로 판단된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듯 25km까지는 점차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져간다. 심지어 20-30km구간에는 완지루 선수가 가장 편하다고 하는 3분/km 이하로 떨어졌다. 2시간 2분대까지 예상되어 세계기록이 점쳐졌던 초반 페이스는 2시간 5분대로 떨어졌다. 아래의 그래프와 표는 페이스 전개를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15km와 20km 사이에서 세계기록 이하로 떨어졌고 이는 30km까지 이어진다. 이는 초반 오버페이스의 결과로 보여지고, 후반에 이를 만회하기위해 페이스를 올려본다. 하프를 61:36로 통과했지만 이 기록만으로 처음 10km가 얼마나 빨랐는지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것은 소모전의 양상을 보였고 벌써 이 단계에서 가장 '작은 차이의' 포지티브 스플릿(전반가속형)으로 달린 선수가 우승한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미국의 유망주인 멥 케플레지기와 다산 리첸하임이 속해있던 2그룹 선수들은 이 단계에서 벌써 몇분 뒤쳐졌고 선두그룹에서 우승자가 나올 것을 일찌감치 예상되었다.
3파전 - 완지루, 케베데 vs. 가리브
하지만 진정한 레이스는 30km 직전에 시작되었다. 남아공의 핸드릭 라말라가 28km 지점에서 페이스를 올렸다. 이때 '거물'선수들이 즉각 반응했다. 우선 완지루가 대응했고 1-2분 조용하던 그는 자신만의 스퍼트를 시작했다. 이는 마치 베이징올림픽에서의 빠른 페이스로 치고나간 스퍼트를 연상시켰다.
완지루는 30km 지점에서 놀라운 페이스(1분 2:44 페이스)를 보였다. 이 스피드로 대열은 흩어졌다. 체가예 케베데와 가리브 선수만 이에 대응할 수 있었다. 이 페이스는 아래 그래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스퍼트에 이르기까지의 페이스가 너무 느렸기때문이다. 라말라가 선두로 치고 나올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느린 페이스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페이스에 스러져간 선수중 한 사람이 제르세나이 타데세이다. 하프마라톤 선수권대회에서 58:59의 기록을 가진 그의 마라톤 데뷰는 육상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았다. 하지만 그는 이번 레이스에서 '뜨거운 맛'을 보았다. 데뷰 레이스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너무 일찍 나가떨어진 것은 다소 놀랍다. 그는 30-35km 구간을 16:47로 통과할 정도로 힘이 빠졌다. 이번 레이스의 패턴은 그에게는 맞지 않은 듯했다. 이번을 경험으로 추후 보다 치밀한 페이스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마지막 3파전의 주된 관심은 누가 초반 살인적 페이스에서 살아남을 것인가였다. 30km지점을 통과하면서 케베데가 앞서 나왔지만 구간기록은 차이가 없었다. 32km를 지나면서 완지루가 치고 나왔다. 마치 작년 올림픽 마라톤을 연상시키는 상황이었다. 완지루와 8초차 정도의 거리를 두고 케베데가 추격하고, 다시 그 뒤를 5-6초차 차이를 두고 가리브가 추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케베데는 전력을 다하여 완지루와의 격차를 줄이려 안간힘을 다 썼고 그 차이는 가시권에 들어왔다. 40km 통과기록이 1초차였다. 완지루가 뒤돌아보면서 그의 추격을 눈치채고 그대로 스퍼트하여 결정적으로 차이를 벌였다.
이번 우승으로 정상의 위상 재정립
이번 대회우승으로 완지루는 세계 마라톤 계보의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후쿠오카 마라톤 우승, 08 런던마라톤 2위, 베이징 올림픽기록 수립, 이번 런던에서 대회기록으로 우승함으로써 정상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베이징 이후 몇 대회에서 중도포기를 했고 얼마전 리스본 하프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그는 육상계의 의혹을 씻고 위상을 굳혔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년동안 연거푸 런던마라톤을 우승한 마틴 렐이 강력한 경쟁자였으나 엉덩이 부상으로 결장했다. 그가 최고의 선수로 다시 위상을 회복하기위해서는 부상에서의 완쾌와 레이스를 통해 증명해보여야 한다. 그가 이번 대회를 매우 열심히 준비해온 만큼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경쟁자가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이다. 런던마라톤을 마지막으로 봄 시즌의 대회가 모두 끝난 만큼 그의 세계기록의 수명은 적어도 한 시즌은 더 연장할 수 있을 것같다. 4월초 로테르담에서 2:04:27로 도전을 받았고 이번에 런던에서 다시 도전을 받았으나 서투른 페이스전략으로 기록 경신은 실패했다. 완지루는 올 가을 베를린마라톤에서 다시 세계기록 수립과 본인 최고기록 경신을 노릴 것이다.
기후, 코스, 컨디션 등 기록수립의 조건이 갖춰진 만큼 최고의 기회를 놓친 감이 있지만 완지루는 "페이스메이커의 자질이 부족했다. 다음은 내가 직접 페이스메이커를 찾아야겠다"고 했다.
"다음은 9월 베를린 마라톤이다. 게브르셀라시에와 승부를 벌이고 싶다. 그리고 세계기록도 노리겠다. 가능하면 2시간 3분 30초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완지루 vs. 게브르셀라시에
위의 그래프는 09년 런던마라톤의 페이스에 더하여 08년 베를린마라톤에서 게브르셀라시에가 수립한 세계기록의 5km 구간 페이스도 같이 표시했다.
이번 레이스를 보면서 지난해 9월 게브르셀라시에의 세계기록 수립시 얼마나 치밀한 페이스전략이 세워졌는가를 알 수 있다. 약간 빠른 페이스로 출발하여 페이스가 정착하고 다시 서서히 페이스를 올려갔다. 게브르셀라시에의 5km 구간 페이스가 14분대를 벗어난 적이 없는 반면 완지루는 너무 빨리 출발했고 너무 빨리 페이스가 떨어졌다. 5km구간기록이 14분대와 15분대를 오르내리는 굴곡을 보였다.
이는 매우 서툰 페이스전략으로 보인다. 완지루 선수가 대회후 밝혔듯이 페이스메이커가 출발 후 너무 페이스가 빨랐고 너무 빨리 페이스가 떨어졌다. 실제 25km를 지나 완지루 선수가 페이스메이커에게 페이스가 너무 느리므로 페이스를 올려달라고 했을 때 페이스메이커는 이미 지쳐있었다고 한다. 30km전에 페이스메이커가 오버페이스를 저질러 더 페이스를 이끌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만약 그가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치밀한 타임 트라이얼 훈련과 제대로 된 페이스메이커를 고용해 다시 도전한다면 세계기록 수립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리고 케베데, 가리브, 렐, 보스턴 우승자 메르가 선수 등은 기상조건과 코스가 갖춰진다면 언제라도 세계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선수로 보여진다.
참고자료 : IAAF홈페이지, Science of Sports, 時事通信 외
해마
정밀한 분석 감사드립니다.아울러 완지루선수 고개가 약간 왼쪽으로 젖혀진
제외하고 몸전체의 자세는 거의 완벽해 보이던데 ,착지 움직임등을 볼수 있는
시각적 자료 있으면 부탁드리겠습니다.(정면&측면)한국마라톤의 실력은 세계정상은 아니지만 마온의 자료 실력은 world-class인 것 같습니다.^^
2009/04/28 13:43:11
해마
허리세우고 뒷꿈치 차는 자세 등은 게브르셀라시에 선수처럼 아주 좋아보이고 정면에서 봤을때 착지라인도 거의 일자보에 가까운 것 같은데, 일자보에 가까운지 좀더 자세히 볼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머리 때문인지 팔은
좀 언밸런스 해보입니다만...)
노래(my way)와 절묘하게 어울려서 선수들이 일렬로 거의 상하이동없이 달리는 것을 보니까 자꾸 눈물이 나올려고 하네요.ㅋㅋ.착지가 궁금하신분은
2분03초부터 2분33초구간을 반복해서 보시면 확실한 공부가 될것 같습니다.
2009/05/03 14:15:31
여물개
자연적인원리입니다.스피드가 붙을수록 착지는 뒤에서 앞으로..그나저나 대단한 열정이십니다. 대한민국 마라톤 화이팅!!^^
2009/05/14 05:55:13
붉은토끼
자막:올림픽 우승자 완지루의 자세분석
1.선수들의 허리선이 중앙분리대 나무의 높이와 거의 일치하며 상하운동이
거의 없다.
2.일렬로 달리는 아프리카 선수들의 자세는 큰 차이가 없다.
3.은메달리스트 가리브 선수의 착지도 발중간착지로 보인다.00:53
4.완지루선수는 어깨가 다소 흔들리고 고개가 약간 왼쪽으로 기울어진 자세가
특징이다 01:45
5.완지루 선수도 발중간착지로 보인다.02:45
6.다리가 벌어지는 각도는 110도 가량으로 상당한 스트라이드이고
상체도 꽂꽂하다.상체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가슴을 펴고 달린다.03:16
제 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