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두바이 마라톤에서 2:06:09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 기록은 결코 실망스러운 성적이 아니다. 10년전이라면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의 성적이고 역대 10위에 들어가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그후 세계기록이 비약적으로 단축되었고 그 가운데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있었다. 지난 22일 세계 최고의 상금(세계기록 수립시 100만달러)이 걸린 두바이 마라톤에서 그는 2:06:09의 호기록을 세웠지만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뿐이었다.
게브르셀라시에는 2002년 마라톤에 데뷰한 후 매 대회마다 세계기록을 쫓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사무엘 완지루, 마틴 렐, 체가예 케베데와의 대결을 기대했으나 대부분 그는 큰 라이벌없이 혼자서 세계기록과 대결을 펼쳤다. 그는 지난 3년동안 엄청난 상금을 내건 두바이에서도 세계기록 수립에 도전했으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첫해 2:04:53(역대 2위), 둘째해 2:05:29(역대 8위)의 호기록을 수립했고 올해는 세번 출전중 가장 늦은 2:06:09를 수립했다. 비록 세계기록을 수립하지는 못했지만 코스가 평탄한 만큼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 이번 두바이 마라톤에서의 레이스를 살펴보자. 그래프의 파란색과 빨간색 박스내의 기록은 5km마다 예상완주기록을 표시했다. 파란색은 페이스가 올라간 구간, 빨간색은 페이스가 떨어진 것을 나타낸다.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기록 2:03:59를 경신하기 위해서는 km당 2:56의 페이스(그래프의 빨간색 선)를 유지해야 한다. 그가 근접한 구간은 보이지만 그 아래로 내려간 흔적은 없다. 5km 구간기록 14:54는 세계기록 페이스보다 km 3초가 뒤처진다. 기록경신은 42.195km 내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페이스를 맞춰야 가능하다. 08년 첫 도전에서는 초반에 너무 빨리 나가 실패했다. 15km이후 2:02의 페이스로 내달렸으나 결국 후반에 상당히 실속하여 2:04:53으로 완주했다.
이번에 페이스에 오류가 있었다면 초반 페이스가 느렸다. 출발후의 페이스가 목표 페이스를 벗어났다. 첫 5km 페이스가 km당 3초가 뒤처지고, 10km(29:42) 페이스는 2:58를 보였으나 그후 점차 페이스가 떨어진다. 하프(1:02:51)지점에서 완주기록이 2:05:42로 예상되었고 이 때만해도 세계기록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2시간 4분으로 달리기위해 후반을 61:07로 달려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10km이후 페이스가 떨어져 어쩌면 이 때 세계기록에 대한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다.
하프지점에서 35km까지 2:58/km의 고른 페이스를 보였지만 그 후 페이스가 떨어져간다. 3:05/km까지 떨어져감에 따라 예상기록이 2시간 6분대로 벗어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에 2:36/km까지 페이스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이 때는 이미 기록경신에 대한 가능성은 물건너간 상태라 더욱 그렇다. 실제 35km이후 페이스가 떨어져 2위그룹의 추격을 피하기 위한 스퍼트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대회에서 2위와 불과 24초 차이로 우승했는데 실제 그가 참가한 대회중 2위와 격차가 가장 적은 대회로 기록될 만하다.
그는 대회후 인터뷰에서 "어제 저녁 잠을 잘 못잤다. 밤새 엎드려잤고 아침에 일어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리치료사를 불렀는데 어떻게 했는지 허리가 아팠다.
그리고 출발시의 습도가 너무 높아 놀랐다. 빨리 달리려 했으나 맘대로 되지않았고 하프지점을 지나면서 그냥 우승만 하자고 생각했다. 30km에서 페이스케이커가 떨어져나가고 변속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2위그룹을 기다리면서 우승만 하자고 생각했다. 관중들의 함성을 듣고 골인지점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았고 우승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늙었다는 표시는 아니다. 나는 세계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단지 이번에 상황이 좋지 않았을 뿐이다"고 했다.
그럼에도 달릴 때마다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선수로 여러 조건을 감안하면 이번 결과가 나빴다고만 단정할 수 없다. 그는 대회전 준비도 잘 되었고 컨디션도 완벽하다고 밝혔다. 심지어 2:03:30을 달릴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기록은 모든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수록할 수 있다. 이번에는 몸이나 날씨의 컨디션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 것같다. 이제 다음 그가 출전할 대회는 가을의 베를린마라톤으로 추정된다. 그가 과연 2시간 3분 30초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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