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덕택도 있겠지만 마스터스 선수들의 기록은 대체로 작년보다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승자 김창원(귀화전 이름 도나티엔) 선수도 작년보다 약 2분 가량 단축했으며, 2위의 정석근 선수도 작년보다 무려 6분 이상 단축했다. 하지만 김창원 선수는 2시간 18-20분대의 기록을 수립한 2007-2008년의 기량은 회복하지 못했다.
한편 2위 정석근 선수는 작년 12월 후쿠오카에서 2:29:42를 수립한 후 더욱 기록을 단축시켜 2시간 28분대로 진입했다. 그가 피니시라인을 통과하자마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이번 레이스에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기록이 본인의 최고기록으로 보인다. 아래 그래프에서도 보듯이 이번 성과는 25km까지 김창원 선수와 나란히 레이스를 펼치며 기록경쟁을 벌인 덕택이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작년 후쿠오카에서 김창원 선수가 정석근 선수에게 한국인 선두 자리를 내주었기때문에 두 선수의 라이벌의식이 더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25km이후 김창원 선수가 페이스를 올렸고 그 이후 정석근 선수가 따라잡지 못해 승부가 갈라졌다.
마스터스 선두도 2그룹으로 달린 것으로 확인된다. 김창원-정석근 선수가 1그룹이라면 이순관-김윤오 선수가 2그룹을 이뤘다. 2그룹 선두는 30km까지 같은 페이스로 달렸다. 2그룹 두 선수가 1초 차이로 출발했고 5km구간에서 4~5초의 차이가 있으나 10km지점에서는 1-2초의 거리를 두고 같이 달린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의 순위도 30-35km 오르막구간에서 승부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이순관 선수의 페이스가 줄 곧 떨어진 반면 김윤오 선수는 마지막 구간에서 스퍼트하여 페이스를 올렸다.
* [그래프설명] 그래프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40km~골인까지의 페이스는 2.195km의 기록을 5km 페이스로 환산한 시간입니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30-35km구간이다. 34km지점부터 잠실대교북단으로 올라서는 35km까지의 오르막은 서울국제마라톤 "마의 구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엘리트부문 우승자인 윌슨 에루페 선수의 페이스를 보아도 그대로 나타난다. 페이스메이커가 레이스를 이끌었음에도 30-35km구간은 15:31로 이번 레이스에서 가장 페이스가 느리며, 가장 빠른 35-40km구간보다 1분 20초나 차이났다.
이는 마스터스 부문 입상자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위의 그래프에서 이 구간에서의 페이스저하는 확연하다. 김창원선수가 40초, 정석근 선수는 47초 가량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 구간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35km이후의 레이스전개이다. 잠실대교를 들어서면서 페이스가 다시 회복되는데 그 회복정도가 순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즉 35km이후 그래프가 꺽이는 각도, 즉, 페이스가 회복되는 정도가 약속이라도 한 듯 순위대로 달라진다. 김창원 선수가 30초, 정석근 선수가 6초 빨라졌고, 나머지 선수는 앞구간에서 무리한 탓인지 페이스가 순위대로 떨어져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서울국제마라톤이 더욱 기록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이 구간을 개선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같다. 섣부르게 결론내릴 수 없지만 엘리트부문에서 이 구간을 평지로 바꿔 페이스를 30초만 당길 수 있어도 이번 기록은 2시간 5분대 초반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또 일반 달림이들 중에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기록을 노린다면 30-35km 장거리주 후 1km정도 언덕을 달리는 시물레이션 훈련을 해둘 필요도 있을 것같다.
올해 레이스에서도 김창원 선수를 제외하고 모두 전반가속형으로 레이스를 펼쳤다. 김창원 선수는 후반을 1분 39초 더 빨리 달렸으며, 작년 이 대회에서 우승할 때도 입상자중 유일한 후반가속형(negative split) 선수였다. 전후반 기록차가 가장 큰 선수는 김승환 선수로 2분 5초이다.
** 여기서는 상위 5위에 입상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3위의 일본인 참가자가 있으나 페이스가 달라 한국인 주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레이스분석에서는 제외했습니다.
제 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