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 초보자교실

초보자를 위한 4주훈련 10km 달리기

다음은 2001년 3월-4월에 걸쳐 시사저널에 연재된 초보자를 위한 4주훈련 10km달리기 프로그램입니다. 완전초보자가 4주만에 10km를 달리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만, 어느정도 근력이 형성된 주자라면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합니다. '마라톤소식'에 게재된 내용을 한 페이지로 정리한 것입니다. 이 기사의 전재를 허락해주신 방선희 감독과 시사저널 이문재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달리기 전에 걷기부터 하라

달리기 붐이다. 시간과 장소, 나이에 구애되지 않는 '평생 운동'. 하지만 달리지 않던 사람이 선뜻 달리기를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았던 지난 겨울, 실내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몸이 무너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새봄을 맞아 달리기를 시작해 보자. 몸이 달라지면 마음까지 새로워진다.

<시사저널>은 전 마라톤 국가 대표 선수 방선희씨의 경험과 이론을 토대로 한 초보자를 위한 달리기 교실을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은 초보자들이 1주일에 4회 정도 운동해, 4주 뒤에는 10km를 완주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번 첫째 주는 오리엔테이션이고, 두 번째 주부터 본격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4월이나 5월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다면, 당신은 벌써 마라톤 마니아이다.

방선희(전 마라톤 국가 대표 선수·파주시청)

■ 운동화는 저녁 때 산다

사진설명 착지 요령 : 발뒤꿈치부터 가볍게 땅에 닿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신발. 가볍고 쿠션이 좋은 조깅화가 적당하다. 쿠션이 좋지 않고 바닥이 얇은 신발은 발목과 무릎 관절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체중이 많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운동화를 세심하게 골라야 한다. 운동화를 살 때는 시간도 중요하다. 오전과 오후의 발 크기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오후 5시께, 운동할 때 신을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신어 보아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여름에는 바람이 잘 통하는 것을, 겨울에는 보온이 잘 되는 것을 고른다.

운동화 끈을 매는 방법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초보자 중에는 달리다가 끈이 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상시처럼 리본 형태로 묶기 때문이다. 리본 형태에서 한 번 더 묶으면 절대 풀리지 않는다(오른쪽 맨 아래 사진 참조). 양말도 중요하다. 솔기의 바느질 상태를 살펴야 한다. 솔기의 꿰맨 부분이 거칠면 발에 물집이 생긴다.

운동복은 얇은 것이 좋다. 쾌적하면서도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옷, 흔히 '땀복'이라고 불리는 운동복이 무난하다. 달리기를 시작하면 체온이 급격하게 올라가므로 두꺼운 옷을 한두 개 입는 것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개 겹쳐 입고 뛰다가 벗을 수 있도록 한다. 겨울철에는 장갑이나 귀까지 덮을 수 있는 모자를 준비한다. 머리와 손 부위는 체온이 가장 많이 손실되는 '체온의 창문'이다.

■ 즐거운 마음으로 달린다

사진설명 팔은 V자로 : 걷기 훈련을 할 때에는 두 팔을 앞뒤로 크고 힘차게 휘둘러야 하지만 달릴 때에는 V자를 만든다. ⓒ시사저널 윤무영

달리기는 즐겁게 한다. 자세와 요령을 정확하게 익힌다면 달리기는 저절로 즐거워진다. 달리기는 '산소 목욕'이라고 불린다. 즐거운 마음으로, 달릴 수 있는 만큼 달린 다음 샤워를 하면 땀과 함께 모든 스트레스가 씻겨 나간다.

무리한 목표는 금물이다. 의욕을 앞세워도 좋지 않다. 30대가 넘었고, 그동안 다른 운동을 하지 않던 초보자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달리기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이래 뵈어도 20대 때에는…'이라면서 달렸다가는 부상하기 십상이다. 먼저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 초보자는 다리 근육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달리다가 숨이 차거나 가슴에 통증이 올 때, 또는 어지러울 때는 즉시 달리기를 멈추어야 한다. 관절이나 근육에 통증이 올 때, 구토 증세가 있을 때에도 즉각 달리기를 중지하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 경직된 관절과 근육을 풀어준다

사진설명 관절과 근육 풀기 : 발목·손목·무릎 등 심장에서 먼 곳부터 관절을 풀어주고 스트레칭으로 경직된 근육을 푼다. 모든 동작을 천천히 하되, 매번 마지막 동작에서 몇 초 동안 멈춘다. ⓒ시사저널 윤무영

걷기 전에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을 한다. 초보자들의 관절과 근육은 대부분 경직되어 있다. 관절과 근육을 풀어야 부상을 막고,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덜 수 있다. 심장에서 먼 관절 부위부터 천천히 풀어준다. 발목 손목 무릎 팔 허리 목 순서로 관절을 풀어준 다음,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푼다(오른쪽 사진 참조). 걷기나 달리기가 끝나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정리 운동을 한다.

이제 걷는다. 걷기는 다리 근육을 강화하고 폐·심장 및 혈관, 호흡·순환 기능의 효율을 높여주는 기본적 훈련이다. 가슴을 펴고 상체를 지면과 수직을 유지하며 힘차게 걷는다. 이때 두 팔은 앞뒤로 크게 흔든다. 1주일에 4회씩, 2주일 동안 걷는다. 처음 이틀은 20∼30 분 정도 걷고 다음 3일 동안은 30분간 걷는다. 처음 5분 동안은 느리고 가벼운 걸음으로 시작해, 적절하게 속도를 낸다. 걷기를 마칠 때에도 마지막 5분은 천천히 걷는다. 마지막 3일 간은 1회 40분씩 운동하는데, 2분 동안 달리고 3분 동안 걷기를 반복한다. 이때 달리는 속도는 빠르게 걷는 정도가 좋다.

■ 몸은 지면과 수직을 이룬다

사진설명 방선희씨. ⓒ시사저널 윤무영

걷기 훈련은 자세 훈련이기도 하다. 몸이 지면과 수직을 이루도록 한다. 몸무게가 아래로 쏠리지 않게 몸의 균형을 잘 잡으면 착지가 훨씬 부드럽고 가벼워진다. 시선은 전방 70∼80m에 두고 가슴을 편다. 팔은 다리 운동에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므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팔은 V자를 만들어 허리 옆에서 가볍게 앞뒤로 흔들어주며 추진력을 조정한다(왼쪽 사진 참조). 팔과 몸통 사이는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가 적당하다. 어깨는 긴장을 풀고, 좌우로 흔들리지 않게 주의한다. 몸의 상하 움직임을 줄여주는 것이 주법의 포인트이다. 보폭은 줄이고 피치를 빠르게 하는 것이 좋다. 보폭이 크면 지속력을 잃을 뿐만 아니라 착지할 때 충격이 커진다. 발과 무릎은 같은 수직선 상에 있도록 하고, 좌우의 발과 무릎이 부딪치지 않을 정도로 중심을 모아 평형을 이루며 달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착지는 발뒤꿈치를 먼저 닿게 하면서 발 앞꿈치 쪽으로 굴러가듯 하게 한다. 발뒤꿈치를 지면에 댈 때는 지면 위를 살짝 스치는 듯한 기분으로 닿게 한다. 두 발은 11자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호흡은 보통 들이마실 때에는 코로, 내뱉을 때에는 입으로 하지만, 피로가 증가함에 따라 입과 코를 동시에 사용해 최대한 호흡한다. 처음부터 호흡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호흡은 자연스러운 리듬을 갖게 된다.


30분 달리고 3분은 걸어라

사진설명 ⓒ시사저널 이상철

지난주 소개한 걷기 훈련 프로그램은 달리기(조깅) '왕초보'를 위한 걸음마였다. 이번 주부터 본격 훈련에 돌입한다. 등산이나 조기 축구, 수영 등 평소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번 주에 소개하는 첫주 프로그램에 직접 뛰어들어도 무방하다. 운동을 시작하기에는 이르거나 늦음이 없다. 오직 운동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있을 뿐이다.

모든 운동의 기본은 빈도와 강도 그리고 시간이다. 이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어야 운동 효과가 극대화한다. 빈도는 1주일 동안 운동하는 횟수를 말한다. 한 달에 한두 번 힘겨운 운동을 하고 운동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폭식을 하고 나서 영양을 보충했다고 자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1주일에 최소한 3일 이상 운동해야 효과가 있다.

■ 최소한 30분 이상 쉬지 않고 운동한다

800cc 경차가 3500cc 대형차를 따라가다가는 반드시 탈이 난다. 운동 강도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체력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젊고 건강한 사람이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자기 운동 능력의 50%정도에서 85%까지 차츰 늘려 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운동 능력 50%는 숨이 조금 차고 몸에 땀이 나는 정도이고, 85%까지 도달하면 상당히 힘들어진다.

다음은 운동 시간. 보통 한 번 운동할 때 30∼60분 정도가 적당한데, 최소한 30분 이상 지속해야 한다. 중간에 멈추면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날 운동 강도와 시간을 미리 정한 다음, 체력을 적절하게 안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듯이 완만한 상승 곡선과 하강 곡선을 연상하며 운동에 임한다.

■ 아스팔트보다 흙길이 좋다

사진설명 "운동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 운동 전후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야 부상을 피하고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천천히 움직이되 각 동작마다 사진과 같은 상태를 10∼30초 간 유지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우고 각오를 다졌다 해도 운동하기에 적당한 장소가 없다면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집 가까이에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가까운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도 좋다. 달리기는 시멘트보다는 아스팔트 길이 좋고, 아스팔트보다는 흙길이 좋다. 무릎 관절을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 흙길이나 잔디밭이라고 해도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면 피해야 한다. 발목을 삘 수 있다.

달리기를 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우레탄이 깔린 트랙이다. 대부분의 종합 운동장이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종합 운동장을 이용한다. 종합 경기장 이외에도 달릴 만한 곳이 제법 있다. 서울의 경우, 한강시민공원 잠원 지구에 가면 영동대교에서 한남대교를 거쳐 반포대교에 이르는 5.2km 달리기 코스를 즐길 수 있다. 남산이나 양재동 시민의숲, 올림픽공원도 나무랄 데 없는 장소다.

지난주에도 설명했지만 달리기에서 운동화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초보자들 가운데에는 마라톤화(시합용)를 신고 훈련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마라톤화는 가벼운 대신 쿠션이 없어서 훈련에는 적당하지 않다. 하도 궁금해서 시합용을 신고 훈련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잘못은 바로 그 사람에게 있었다. 운동화를 사러 가서 매장 직원에게 "마라톤합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매장에서는 당연히 시합에 나가는 줄 알고 마라톤화를 내놓았던 것이다. 거듭 강조하는데, 운동화 사러 가면 마라톤한다고 하지 말고 조깅한다고 말해야 한다.

첫주(4일) 운동 프로그램은 처음 1,2일과 3,4일이 조금 다르다. 첫날은 3.2km를 20∼40분 동안 달리고, 2∼4분 동안 걸은 다음, 다시 0.8km를 5∼6분에 걸쳐 달린다. 걸을 때는 '적극적으로' 쉬어야 한다. 거리를 재기 힘든 상황이라면 손목 시계를 이용해 달린 시간으로 거리를 추산한다(도표 참조).

첫주는 체력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목표를 두고, 두 번째 주부터는 전문 체력을 키우면서 자세에서 나타나는 결점을 교정한다. 3∼4주에는 지구력·정신력을 배양하는 데에도 비중을 둘 것이다. 지난주에도 강조했지만 스트레칭으로 준비 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해야 한다(사진 참조).

달리기가 가져오는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우선 산소 섭취 능력을 높여준다. 성인은 보통 1분에 열여섯 번 가량 숨을 쉬는데, 한번 호흡할 때 50㎖ 정도의 공기가 드나든다. 공기를 최대한 들이마셨다가 내뿜는 양을 재는 폐활량은 이보다 훨씬 많아 남성은 3500㎖, 여성은 2500㎖ 정도. 달리기를 하면 이 폐활량이 늘어난다. 산소를 많이 들이마시면 혈액 순환 시스템이 원활해져 온몸의 세포가 왕성하게 활동하게 된다.

■ 노화는 다리에서 시작된다

한 달 이상 꾸준히 달리면 심장이 내뿜는 혈액의 양도 40% 정도 증가하기 때문에, 혈관이 좁아져서 생기는 고혈압은 물론이고 관상동맥질환·뇌혈관질환 등 성인병을 막을 수 있다. 노화는 다리에서 온다는 말이 있듯이, 온몸의 혈액이 순환하는 데 다리 근육이 차지하는 몫이 매우 크다. 다리 근육이 약해지면 혈액이 다리 부분에 정체되어 혈액 순환에 큰 장애를 가져오는 것이다. 달리기는 성인병과 노화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요통·목디스크·관절염 등을 예방하고 골다공증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달리기의 가장 큰 효과는 자신감 회복, 또는 강화에 있다. 자신과 싸우며 목표로 정한 거리를 완주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달리기는 온몸으로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는 '고통스런 기쁨'이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중독'에 빠져든다. 이 아름다운 중독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계속하기로 하겠다.





달리면서 자기 자신을 비판하지 말라"

고백하자면, 나는 마라톤이 싫었다.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째 되던 고2 때 일이다. 20km 로드 레이스 훈련을 하다가 체력이 완전 소진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믿을 수 없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저 차가 내게로 와서 나를 받아줬으면." 죽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직 달리기를 멈추고 쉬고 싶다는 바람뿐이었다.

사진설명 즐거워서 달린다 :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 베타-엔돌핀이 분비되어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달리기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긍정적 중독' 상태를 경험한다.

달리기의 진정한 매력을 알게 된 것은 한 참 뒤인 대학교 4학년 때였다. 1995년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운동을 포기했다. 그런데 막상 대학원에 들어가고 보니, 공부를 하면서 운동도 병행하고 싶었다. 이전처럼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 스스로 운동이 하고 싶었고, 운동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996년부터 이듬해까지 국내 주요 마라톤대회를 연달아 석권한 것이다. <조선일보> 마라톤, 황영조 올림픽제패 기념 하프 마라톤,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고, 다시 국가 대표로 선발되었다.

운동 강도·빈도·시간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달리기의 기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신 자세이다. 자발적이고 즐거워야 한다. 달리기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중독' 단계에 이른다. 이 중독이 지난주에 잠깐 언급한 '긍정적 중독'이다. 마스터즈 대회에 참가하는 마니아 대부분이 이 긍정적 중독에 걸려 있다.

달리기를 계속하던 사람이 달리기를 중단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답답함이나 허전함을 느낀다. 심할 경우 의기가 소침해지고 식욕까지 잃는다. 금단 증상이다. 과학자들은 달릴 때 두뇌의 신경에 전달되는 물질의 농도가 변화하고, 베타-엔돌핀 분비가 늘어나 평상시에는 겪을 수 없는 '흥분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달리기를 오래한 사람들은, 이 상태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황홀경이라고 표현한다.

긍정적 중독은 미국의 정신의학자 윌리엄 글라서가 1970년대 중반에 처음 발표한 개념이다.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같은 부정적 중독이 당사자는 물론 사회악으로 기능하는 데 견주어, 달리기나 명상으로 대표되는 긍정적 중독은 개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도 바람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내가 온몸으로 확인했거니와, 육체적으로 건강해지고 삶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뇌의 활동이 놀랄 만큼 활발해져 창조력과 자신감이 배가된다.

심장 박동 수 체크하며 강도 조정

사진설명 심박 수 : 성인 남성은 분당 1백30∼1백50회가 적당하다.

글라서는 달리기를 통해 긍정적 중독에 이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1)자발적으로 선택하되, 매일 1시간 정도 투자할 수 있는가.
2)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잘할 수 있는가.
3)달리기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4)달리기를 하면서 자기 자신을 비판하지 않을 수 있는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1번과 4번, 즉 자발성과 지속성 그리고 자기 긍정이다(더 자세한 내용은 김인자 교수가 번역하고 한국심리상담연구소가 펴낸 <긍정적 중독> 참조).

마라톤 마니아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하나같이 '아무렴, 그렇고 말고'라고 답한다. 운동량과 신체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선수가 아닌 동호인들의 경우 빠르면 3개월, 늦어도 2년 정도 꾸준히 달리면 긍정적 중독에 이른다. 이때부터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달리기를 가로막지 못한다. 한 달 만에 10km 완주에 도전하는 이 프로그램이 달리기 중독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8일간 꾸준히 달렸다면, 이제는 근육통이나 뻐근함이 없어졌을 것이다. 이번 주부터는 몸과 마음이 달리기에 적응하는 단계다. 이번 주 전반까지만 도중에 걷기를 하고 11일째부터는 달리기만 한다(아래 표 참조). 9일째부터 달리는 거리가 6km를 넘어선다. 자기 자신과 싸우는 순간을 경험했을 것이고, 아울러 지구력에 대한 감도 잡히기 시작할 것이다. 개인적 특성과 능력에 따라 4주 프로그램을 자신에 맞게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 프로그램은 가장 일반적인 것이다).

사진설명 부부 마라토너 : 방선희씨가 남편 이의수씨와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마라톤 국가대표 선수인 이의수씨(국민체육진흥공단)는 오는 4월15일 전주-군산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신기록에 도전한다.

운동 강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손목 부위의 심장 박동(심박) 수를 재보면 자신에게 맞는 운동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심박 수는 심신이 안정되어 있을 때 분당 60∼80회. 최상의 훈련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이상적인 심박 수는 남자의 경우 분당 1백30∼1백50회, 여자는 1백50∼1백70회이다. 물론 이 수치는 달리기 속도, 신체적 상태, 최대 심박 수의 개인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대 심박 수는 달리기 직후에 측정하는데, 15초 동안의 심박 수를 센 뒤 거기에 곱하기 4를 하면 분당 심박 수가 나온다. 심박 측정 기기를 이용하면 편하다.

파벤 버거 박사는 일찍이 심장마비 위험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1주일에 2,000kcal를 소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중이 70kg인 사람이 1주일에 2,000kcal를 소모하려면 하루에 30분씩 달리면 된다. 학계에서는 달리기가 심장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암을 예방한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특히 전립선암·난소암·대장암처럼 급증하는 선진국형 암에 효과가 있다. 이들 암은 모두 호르몬 분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내 호르몬 분비의 균형이 깨지고,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달리기이다.

참, 퀴즈를 하나 내야겠다. 호흡법에 관한 오해가 많기 때문이다. 달릴 때 입을 벌리고 뛰는 사람이 프로일까, 입을 꾹 다물고 뛰는 사람이 프로일까. 정답은 입을 벌리고 뛰는 사람이다.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가능한 한 산소를 많이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코와 입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달릴 때, 입을 꾹 다물고 뛰는 사람은 오래 달리지 못한다.


이렇게 하면 4주 만에 10km 완주할 수 있다

단계
운동방법
총운동
거리(km)
목표
1주
1일

달리기 3.2km 또는 20∼40분→걷기 2∼4분→달리기 0.8km 또는 5∼6분

4

·기초 체력 육성

2일

달리기 2.4km 또는 15∼18분→걷기 2분→달리기 1.6km 또는 10∼20분

4
3일

달리기 4km 또는 25∼30분

4
4일

달리기 2.4km 또는 15∼18분

2.4
2주
5일

달리기 3.5km 또는 23∼27분→걷기 2∼4분→달리기 0.9km 또는 6∼7분→걷기 1분→달리기 0.9km 또는 6∼7분

5.3

·기초 체력 육성 및 전문 체력 육성

·기술, 폼의 결점 교정

6일

달리기 2.7km 또는 18∼21분→걷기 2∼3분→달리기 2.6km 또는 17∼20분

5.3
7일

달리기 5.3km 또는 35∼41분

5.3
8일

달리기 4.5km 또는 30∼35분

4.5
3주
9일

달리기 4.6km 또는 31∼36분→걷기 2∼4분→달리기 2km 또는 14∼16분

6.6

·전면적 체력 육성, 지구력 습득

·정신력 양성

10일

달리기 3.8km 또는 26∼30분→걷기 2∼3분→달리기 2.8km 또는 19∼22분

6.6
11일

달리기 6.6km 또는 45∼52분

6.6
12일

달리기 5.8km 또는 40∼46분

5.8
4주
13일

달리기 7.3km 또는 45∼51분

7.3

·전문 체력 높임

·정신력 높임

14일

달리기 8.8km 또는 60∼66분

8.8
15일

달리기 7.3km 또는 45∼51분

7.3
16일

달리기 10km 또는 1시간12분∼1시간18분

10

※ 개인적 특성에 따라 달리기 프로그램을 조절할 수 있다


10km 달리면 풀코스 뛸 수 있다

4주 프로그램을 착실히 따라 하고 있다면, 이제 세 차례만 더 달리면 드디어 10km를 완주하게 된다. 3주, 11일째부터 걷기는 하지 않고 달리기만 하고 있으므로,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5km가 넘어가면 숨이 가쁘고, (말로만 듣던) 자기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이때가 바로 이미지 트레이닝에 들어갈 단계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필수

삶이 바뀐다 : 방선희씨(맨 왼쪽)가 달리기클럽 동호인들을 지도하고 있다. 방씨는 10km 를 완주하면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보라고 권유한다. 대회는 좋은 자극제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한마디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정신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마인드 컨트롤과 흡사하다. 달리는 도중 머리 속에 떠올려야 하기 때문에, 짧은 말 한마디나 선명한 그림이 효과가 크다. 말이 길어지거나 그림이 복잡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내가 완주하면 우리 가족이 얼마나 기뻐할까'라거나 '뱃살이 빠진 날씬한 내 모습' 같은 것을 떠올리면 된다.

1997년 1월, 이미지 트레이닝 덕을 톡톡히 본 적이 있다. 그 해 3월에 벌어진 동아국제마라톤을 앞두고 겨울 훈련을 할 때였다. 훈련은 혹독했고, 체력은 따라가지 못했다. 나는 그때 유행하던 녹색지대의 노래 〈준비 없는 이별〉의 후렴을 중얼거리며 고통을 이겨냈다. 지금은 잘 기억 나지 않는데 대충 이런 가사였다. '하루만, 오늘도 하루만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게 줘.' 그리고 두 달 뒤 동아마라톤에서 우승했다.

그 노래 후렴이 내게 각인된 이유가 있다. 나는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라는 격언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었다. 하루하루, 매 순간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선수마다 독특한 징크스가 있듯이 서로 다르다. 초보자도 10km 완주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즉 자기와의 싸움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한 달 16회씩 6개월 뛰면 하프 마라톤 도전 가능

10km 훈련 프로그램과 마라톤 풀 코스 훈련 프로그램 사이에는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이 더 많다. 우수한 마라톤 선수들 중에 과거 10km 선수로서 수년간 트레이닝하거나, 10km 선수로 활약했던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0km 완주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풀 코스를 뛸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록 경신이 아니라 완주에 목표를 두었다면, 한 달에 16회씩 꾸준히 6개월 정도 훈련하면 하프 마라톤에 도전할 수 있다.

달리기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오직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그것을 성취해 가는 운동이다. 목표 설정과 실천 과정 자체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삶의 방식도 크게 달라진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10km를 완주하고 나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보기를 권한다. 큰 도움이 된다. 마라톤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주요 대회 일정과 참가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대회에 참가하면,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의 마라톤 동호인들과 교류할 수 있다. 오랫동안 조기 축구를 하다가 1년 전 마라톤을 시작한 어떤 동호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마라톤이 개인 운동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군요. 동호인들의 결속력이 대단해요."

대회 직전 무엇을 먹어야 하나

자세가 중요 : 방선희씨는 달리기 자세를 강조한다. 바른 자세로 달려야 체력 소모가 덜하고, 몸매도 멋진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이 대회에 참가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대목이 식사와 매너이다. 대회 전에는 글리코겐을 섭취하는 식사를 해야 한다. 우리 몸은 근육에 저장되어 있는 글리코겐을 에너지원으로 하여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소화하기 쉽고, 운동 중에 혈당을 유지할 수 있으며, 빠르게 글리코겐으로 전환할 수 있는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찰밥·떡·감자·국수·스파게티·고구마 등에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다.

10km 레이스의 경우, 에너지 부족 현상은 크게 발생하지 않으므로 평소대로 식사해도 좋다. 다만 우엉 같은 섬유질 식품은 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고, 짠 음식은 갈증을 유발하므로 먹지 않는다.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은 내장의 움직임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수분 섭취에 관해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물은 미리 마셔 두어야 한다. 갈증을 느낄 때 물을 먹으면 이미 늦다. 수분이 흡수되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 중에는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달리는 도중 땀 분비를 원활하게 해준다.

풀 코스를 뛰는 동호인들은 10km쯤에서 물이나 이온 음료를 마시고, 20km 지점을 통과하며 꿀물·스포츠 음료·바나나·초코파이 등을 먹고, 30km에서 스포츠 음료·바나나·초코파이·감자 등을 섭취한 다음, 40km를 지나면서 스포츠 음료를 마신다. 30km 이후부터 글리코겐이 전부 고갈되므로, 20km 지점에서 미리미리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10km 코스는 출발하기 전에 물을 서너 모금 마시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개인차가 있으므로, 훈련 도중 갈증이 찾아오는 횟수를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스타트 라인에서 먼저 나가려 하지 말라

대회 출발 지점은 협소할 때가 많다. 특히 운동장에서 출발할 경우, 출구가 좁아 서로 밀치다가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출발할 때 먼저 나가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초반에 무리하게 속도를 내면 후반 레이스를 망칠 수 있다. 주로에서 추월당하고 기분이 좋을 사람은 거의 없다. 힘들게 달리거나 걷는 주자를 앞지를 때 "힘 내십시오"라는 말 한마디 정도 건네는 것이 예의이다.

10km를 완주한 다음, 차가운 맥주를 들이키는 경우가 있는데, 위장에 큰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심장과 혈관계에 뜻밖의 지장을 주는 수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달리기가 끝나고 근육 운동이 정지되어도 생체 대사는 즉시 안정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운동이 끝난 1∼2 시간 안에는 성장 호르몬 분비가 활발하므로 그 시간 안에 고단백질을 섭취해, 근육의 단백질 갈증을 풀어 주어야 한다.

그동안 내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10km를 완주한 분들은 반드시 풀 코스 완주까지 간다. 부디 4주 훈련 10km 완주 프로그램을 실천해 42.195km 풀코스 결승점을 밟게 되기를 바란다.


방선희(러너스클럽, marathonqueen@hanmail.net)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마라톤 전도사. 전 마라톤 국가 대표 선수 방선희씨(러너스클럽)는 1990년대 후반 국내 대회를 거의 석권하고, 체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론가'이다.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이론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마라톤을 국민 스포츠로 정착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는 것이다.

1991년 성보여자정보산업고 1학년 때 마라톤에 입문한 이래, 동아마라톤대회 우승(1997년), 황영조 올림픽제패기념 하프마라톤대회 우승(1997년), <조선일보> 마라톤대회 우승(1996), 아시아 마라톤선수권대회 3위(1996) 등 남부럽지 않은 경력을 가진 그녀에게 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1995년 대학 4학년 때, 달릴 때의 고통을 사랑하게 되었다.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고통이 마라톤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마라톤을 두고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너무 약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녀에게 마라톤은 곧 삶이다. 달릴 때의 고통을 사랑하게 되면서 삶 자체도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다. 인간은 원래 나약한 존재이고 삶은 결코 수월하지 않지만, 마라톤을 통해 넉넉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씨 부부는 마라톤 부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남편 이의수씨도 국가 대표 선수 출신이다.

정리 : 정문재 기자

자료출처 : 시사저널(http://www.e-sisa.co.kr)


Copyrightsⓒ2000~ Marathon Online(http://marathon.pe.kr)